혹시 내 직업이 언젠가 AI로 대체될까 봐 걱정해 본 적 있나요? ‘이건 AI가 할 수 없는, 오직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야’라고 믿었던 영역마저 위협받는다는 소식이 종종 들려옵니다.
여기 아주 상징적인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에서 나온 ‘37번째 수’입니다. 이 수를 본 모든 전문가는 ‘버그’이거나 ‘명백한 실수’라고 확신했습니다. 인간의 바둑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몇십 수가 더 진행된 후, 모두가 경악했습니다. 그 실수는 인간의 창의성을 뛰어넘는 ‘신의 한 수’였습니다.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창의적인, 완전히 새로운 전략을 발견한 순간이었습니다.
이날 우리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의 가능성을 목격했습니다. 만약 이런 ‘37번째 수’가 바둑이 아닌, 우리가 일하는 모든 분야에서 나타난다면 어떨까요? 수학자가 풀지 못했던 증명을 AI가 해내고,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이 놀라운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건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초지능으로 가는 길이 ‘코딩’에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왜 ‘초지능’을 만드는가
실리콘밸리의 ‘리플렉션AI’는 ‘초지능 구축’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가진 팀입니다. 공동창업자인 미샤 래스킨은 이 목표를 달성할 핵심 열쇠가 ‘자율 코딩(Autonomous Coding)’ 문제 해결에 있다고 말합니다.
AI가 스스로 코드를 작성하고, 작업을 완료하고, 사용자에게 결과물을 주는 것. 이것이 단순한 개발자용 도구를 넘어, 초지능의 핵심이 되리라 본 것입니다.
그는 원래 물리학을 연구했습니다. 컴퓨터를 가능하게 한 ‘트랜지스터’, GPS를 가능하게 한 ‘상대성 이론’처럼, 미래 기술의 ‘뿌리’가 되는 과학을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곧 깨달았습니다. 지금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은 물리학이 아니라, 딥러닝과 AI라는 것을 말입니다. 알파고의 ‘37번째 수’를 목격한 그는 박사 과정을 그만두고 AI를 독학하기 시작했습니다.
초지능으로 가는 길, 왜 ‘코딩’일까요?
리플렉션AI가 ‘코딩’에 집중하는 이유는 AI의 본질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들은 AI가 컴퓨터와 소통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을 고민했습니다.
우리 인간에게는 수백만 년의 진화를 통해 얻은 ‘손과 발’, 그리고 강력한 ‘공간 지각 능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마우스를 움직이고 키보드를 치는 방식이 직관적입니다.
하지만 AI는 다릅니다. AI는 인터넷의 텍스트와 코드를 학습하며 진화했습니다. AI에게 직관적인 것은 공간이 아니라 ‘코드’입니다.
미래의 AI가 컴퓨터로 작업을 수행할 때, 인간처럼 마우스를 움직일까요? 아닐 겁니다. AI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손과 발’은 바로 코드입니다.
소프트웨어들이 점차 AI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를 열게 될 것이며, 이는 대부분 프로그래밍 방식일 것입니다. 즉, ‘자율 코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곧 컴퓨터상의 모든 지능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됩니다. 이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훨씬 뛰어넘는 광범위한 영역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거대 연구실을 나온 이유
미샤는 구글 딥마인드에서 제미나이(Gemini) 개발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와 팀은 거대 연구실을 떠나 창업을 선택했습니다.
거대한 조직은 이미 정해진 방향으로 나아가는 ‘큰 배’와 같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빅테크는 더 유능한 ‘챗봇’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율성(Autonomy)’이라는 문제에 완전히 빠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제대로 풀려면, 연구실의 평가가 아닌 ‘현실 세계의 평가’가 중요하다고 믿었습니다.
실제 고객과 부딪히며 우리 기술이 정말 문제를 해결하는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더 작고 집중된 팀이 이 목표에 더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거대한 AI를 만들며 배운 의외의 교훈
제미나이 같은 초거대 모델을 만들면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의외였습니다. 과거 IBM의 ‘딥블루’처럼 복잡하고 정교한 아이디어로 승부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것입니다.
초거대 AI의 시대에는 오히려 ‘단순한 아이디어’가 승리합니다.
‘다음 단어 예측하기’ 같은 매우 단순한 목표가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 인프라, 그리고 장인정신과도 같은 세심한 디테일과 만났을 때 강력한 힘을 발휘했습니다.
복잡한 무언가를 더하기보다, 단순한 기본 원칙을 완벽하게 구현해 내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AI가 내 일을 대신한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AI가 점점 더 유능해지면, 우리의 일자리는 정말 괜찮을까요?
이것은 ‘제로섬 게임’이 아닙니다. 기술의 발전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지적인 작업의 총량을 언제나 늘려왔습니다.
미래에 우리는 ‘AI 인력’을 관리하는 ‘설계자(Architect)’가 될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소프트웨어 ‘설계자’가 되어 AI 팀에게 일을 맡기게 될 겁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해지는 인간의 역량이 있습니다. 바로 ‘올바른 질문을 하는 능력’입니다.
AI는 당신이 시킨 일을 대부분 해낼 것입니다. 문제는 ‘무엇을 시킬 것인가’입니다.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정의하는 것이 인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됩니다.
어떻게 ‘좋은 질문’을 찾을 수 있을까요?
사실 ‘올바른 질문’을 찾는 것은 지금도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미샤 역시 과거에 ‘잘못된 질문’을 연구했던 경험이 있다고 고백합니다.
그는 좋은 질문을 찾기 위한 자신만의 두 가지 방법을 공유합니다.
첫째는 ‘글쓰기’입니다. 생각을 글로 옮기다 보면, 논리의 구멍이나 불명확한 부분이 드러납니다. 짧은 에세이 형식으로 생각을 다듬는 과정은 사고의 명료함을 높여줍니다.
둘째는 ‘비판적인 토론’입니다. 내 아이디어를 지지해 줄 사람이 아니라, 기꺼이 구멍을 찾아주고 도전적인 질문을 던져줄 똑똑한 사람들과 대화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와 함께하는가’입니다
흔히 ‘열정을 좇으라’는 조언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올바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나의 성과는 결국 내가 누구와 시간을 보내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재능 있고 야망 있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열려있습니다. 물론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어렵습니다. 말로만 원하는 것을 어필해선 안 됩니다.
그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행동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미샤 역시 물리학자였지만, 몇 달간 AI를 독학하고 스스로 연구 프로젝트를 완성해낸 ‘결과물’을 들고 찾아갔습니다.
행동으로 열망을 증명하는 것은 희귀한 능력이며, 성공한 사람들은 그 가치를 알아봅니다.
AI가 만들어갈 미래는 단순히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배우고, 어떤 질문을 던지며, 누구와 함께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알파고의 ‘37번째 수’처럼, 우리를 당황하게 할 AI의 순간들이 더 자주 찾아올 것입니다. 그때마다 우리는 두려워하기보다, 바둑 기사들이 알파고의 수를 연구하며 배웠던 것처럼, 그 순간에서 무엇을 배울지 질문해야 할 것입니다.
출처: EO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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