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여러분이 마신 커피 한 잔이나 사용하는 스마트폰 부품은 어디를 거쳐 왔을까요? 대부분은 세계 무역의 핵심 동맥인 남중국해를 통과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간 3.4조 달러 규모의 교역량과 막대한 천연자원이 묻힌 이 바다는 우리의 일상 경제와 직결됩니다.
최근 이곳에서 위성 이미지가 포착한 충격적인 움직임이 있습니다. 베트남이 중국이 했던 것과 비슷한 규모로 인공섬을 건설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2025년 8월 위성 사진에는 베트남의 준설선들이 얕은 산호초를 깎아 새로운 땅을 만드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2025년 초부터 하노이는 스프래틀리 군도(난사군도)에서 930헥타르 이상의 인공 토지를 개발했습니다. 이는 중국이 2013년부터 2017년 사이에 건설한 면적의 약 70% 수준입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점은 중국의 반응입니다. 필리핀의 작은 움직임에도 군사적 위협을 가했던 베이징이 베트남의 대규모 건설에는 거의 침묵하고 있습니다. 이 미스터리한 침묵 속에 동아시아 전략의 핵심이 숨어 있습니다.
조용하고 빠른 확장: 강대국만이 생존하는 논리
베트남의 대규모 간척 프로젝트는 단순한 영토 확장이 아닙니다. 이는 외교 대신 군사력(하드 파워)만이 이 해역의 주인을 결정할 것이라는 냉정한 계산이 깔린 것입니다. 남중국해에서 땅을 확보하는 것은 해상 항로의 중심지이자 군사 거점을 구축하는 기반이 되며, 주변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핵심 수단이 됩니다.
과거 베트남의 전초 기지는 고립된 콘크리트 구조물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2021년 10월, 베트남은 대형 커터 흡입식 준설선을 처음으로 투입하며 상황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이 산업용 장비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로 퇴적물을 옮길 수 있습니다.
그 결과는 우주에서도 확연히 보입니다. 한때 외로운 구조물만 있던 스프래틀리 군도의 암초들은 이제 항구와 헬기장, 탄약고, 그리고 수천 미터에 달하는 땅을 갖춘 인공섬으로 변모했습니다.
인공섬이 바꾸는 해양 주권의 계산법
베트남은 현재 통제하고 있는 29개의 암초 중 21개를 인공섬으로 확장했습니다. 이 인공섬들은 해군 및 해안 경비대의 군수품 보급 거점, 즉 전방 작전 기지(FOB) 역할을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남부 스프래틀리 군도의 바크 캐나다 암초(Barque Canada Reef)는 현재 베트남이 소유한 가장 큰 인공 육지가 되었습니다. 이곳에는 2,400미터 길이의 활주로를 건설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었습니다. 이 정도 길이라면 대형 군용 수송기나 정찰기, 심지어 폭격기까지 수용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암초에 등장하는 시설들은 명백히 군사적 목적을 띱니다. 두꺼운 방호벽으로 둘러싸인 탄약고가 최소 한 개 이상 있으며, 병영이나 지휘소로 추정되는 건물이 중앙 광장을 중심으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베트남이 공군력보다는 해상 물류와 보급을 우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새로 건설된 항구들은 베트남의 게파르트급 호위함과 같은 대형 함정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이 새로운 항구 덕분에 함정들은 본토로 돌아가지 않고도 재보급, 연료 보급, 승무원 교대가 가능해졌습니다. 이는 순찰 기간을 대폭 늘려 분쟁 해역에 지속적인 군사적 주둔을 유지하는 핵심적인 전략입니다.
베이징의 침묵: 필리핀에는 강경, 베트남에는 관용?
베트남의 대규모 확장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미온적입니다. 베이징은 2025년 2월과 8월에 형식적인 주권 주장 성명만 발표했을 뿐, 실제적인 군사적 대응이나 외교적 압박은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필리핀을 향한 중국의 맹렬한 대응과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중국이 필리핀을 향해 해안 경비대 함정 충돌, 물대포 공격, 심지어 무장 세력 배치까지 동원하는 동안, 베트남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세 가지 전략적 이유가 있습니다.
1. 지정학적 대응 여력의 한계
중국은 현재 마르코스 대통령 취임 후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한 필리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마닐라는 미국에 4개의 추가 군사 기지를 개방하고 미국, 일본, 호주 등과 합동 군사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 베트남을 상대로 두 번째 전선을 여는 것은 모든 아세안(ASEAN) 국가를 중국에 대항하여 단결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2. 확장 역사의 배경 차이
베트남은 1970년대부터 스프래틀리 군도에서 확장을 계속해 왔습니다. 1975년에서 1996년 사이에 21개 지점을 선점했고, 심지어 1988년에는 중국과 무력 충돌까지 겪었습니다. 중국은 베트남의 현재 확장을 규모만 커졌을 뿐, 전혀 새로운 행동은 아니다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반면, 필리핀은 최근에서야 중국의 압력에 적극적으로 맞서기 시작했기에 그 도전이 더 시급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3. 베트남의 전략적 중립 외교
베트남은 서방을 견제하는 성격이 있는 브릭스(BRICS) 블록에서 파트너 지위를 유지하며, 중국과의 외교 관계도 끊지 않고 있습니다. 뉴욕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은 러시아와 80억 달러 규모의 무기 거래를 확정했습니다. 동시에 중국은 베트남의 최대 교역국이며, 양국 간의 경제 협력 또한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베이징은 하노이가 외교와 경제적 유인책을 통해 관리될 수 있다고 판단하며, 강압적인 충돌이 오히려 베트남을 미국에 더 가깝게 밀어붙이는 전략적 실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바다 위의 힘겨루기, 새로운 질서를 만들다
베트남의 인공섬 건설은 단순히 땅을 넓히는 행위가 아니라, 정교한 군사 현대화 작업의 일부입니다. 인도는 물론 러시아와의 첨단 무기 거래를 통해 베트남은 브라모스 초음속 순항 미사일과 Su-35 전투기 등을 도입하며 공세 및 방어 능력을 크게 강화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베트남의 전략은 중국이 이미 구축한 방식과 유사합니다. 작고 저렴한 규모로 ‘움직이지 않는 항공모함’ 역할을 할 요새화된 섬들을 만들고, 그 위에 첨단 대함 미사일과 전투기 초계 범위를 넓히는 것입니다.
남중국해는 지금 ‘흙과 시멘트로 주권을 증명하는 경쟁’의 시험대가 되었습니다. 베트남은 중국이 반응하기에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들고, 되돌리기에는 너무 어려운 현실을 만들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오늘 바다에 놓인 사실들이 내일 지도에 그어질 국경선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CaspianReport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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