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던 ‘앱’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혹시 스마트폰에 앱이 몇 개나 깔려 있는지 세어 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중에서 오늘 하루 동안 사용한 앱은 몇 개인가요. 아마 대부분은 수십, 수백 개의 앱을 설치해두고 정작 매일 쓰는 앱은 손에 꼽을 겁니다.

필요할 것 같아서 내려받고, 한두 번 쓰고는 잊어버린 앱이 가득합니다. 심지어 어떤 앱은 돈을 내고 샀는데도 말이죠. 어쩌면 이 방식이 처음부터 잘못된 것은 아니었을까요?

우리는 챗GPT 같은 강력한 AI를 매일 쓰면서도, 사실은 그 능력의 극히 일부만 활용하고 있습니다. 검색을 하거나, 글쓰기를 도와달라고 하거나, 숙제를 부탁하는 식이죠. 이는 마치 슈퍼컴퓨터를 가지고 인터넷 검색만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이 어색함이, 사실은 거대한 변화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라는 개념 자체가 뿌리부터 바뀌고 있습니다. 마치 과거의 TV가 유튜브로 대체된 것처럼 말입니다.

 

지금의 AI는 ‘MS-DOS’와 같습니다

현재의 챗봇 인터페이스는 1980년대의 ‘MS-DOS’와 비슷합니다. 까만 화면에 하얀 글씨로 명령어를 입력해야 했죠. 당시에도 컴퓨터는 강력했지만, 소수의 전문가만 다룰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AI가 그렇습니다.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어떻게 ‘프롬프트’를 작성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결국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가장 단순한 작업, 즉 검색이나 글쓰기 같은 것에만 AI를 사용하게 됩니다.

MS-DOS가 ‘윈도우’나 ‘맥OS’라는 시각적 혁신을 만나 모두의 도구가 되었듯, AI에게도 이런 ‘순간’이 필요합니다. 더 직관적이고, 더 시각적이며, 더 쉬운 다음 세대의 인터페이스 말입니다.

 

TV에서 유튜브로, 소프트웨어도 그렇게 변합니다

과거에 우리는 방송국이 정해준 시간에 맞춰 TV를 봤습니다. 콘텐츠는 소수의 전문 개발사나 방송국만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튜브가 등장하며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게 되었죠.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래의 운영체제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를 겁니다. 스토어에 등록된 몇 개의 인기 앱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 친구가 만든 앱, 내가 어제 수정해서 쓰고 있는 앱, 그리고 AI가 나를 위해 방금 제안해 준 앱이 함께 존재할 겁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당신이 다음 주 뉴욕 여행을 앞두고 있다고 해봅시다. AI는 당신이 평소 예술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당신이 머물 에어비앤비 근처의 아트 쇼를 찾아주는 ‘미니 앱’을 즉시 만들어 제안합니다.

이 앱은 여행이 끝나면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오직 그 순간, 그 맥락에서만 존재하는 ‘일시적인 소프트웨어’입니다. 고정된 기능의 무거운 ‘앱’이 아니라, 나를 중심으로 유연하게 변하는 서비스가 되는 것입니다.

 

코딩 대신 ‘감각’으로 앱을 만듭니다

이런 미래가 개발자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누구나’ 자신만의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 강연의 연사(유지니아)는 자신의 딸을 위한 퍼즐 게임을 만들었던 경험을 공유합니다. 딸은 그냥 퍼즐이 아니라, ‘엘사 공주와 자스민 공주가 나오고, 이탈리아어로 된’ 퍼즐 게임을 원했습니다.

앱스토어에서 이런 앱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AI를 이용해 단 2분 만에 이 앱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딸의 요청에 맞춰 기능을 수정하는 데는 단 몇 초면 충분했습니다.

어떤 사용자는 자신만의 헬스 앱을 만들었습니다. 앱스토어의 복잡한 운동 앱이 아니라, 자신이 읽고 있는 단 한 권의 책에 나오는 운동법을 기록하는 앱이었습니다. 그는 헬스장에 갈 때마다 필요한 기능을 조금씩 추가하며 자신만의 앱을 완성해 나갔습니다.

이것이 바로 ‘바이브 코딩(Vibe Coding)’입니다. 코드를 짜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감각’과 ‘취향’에 맞춰 앱을 디자인하는 것입니다. 마치 우리가 파워포인트 대신 캔바(Canva)를 쓰며 디자인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프롬프트’를 공유하는 이상한 시대

지금 우리는 AI의 놀라운 능력을 경험하면서도, 그것을 공유하는 아주 이상한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틱톡이나 레딧 같은 커뮤니티에 누군가 공유한 길고 복잡한 ‘프롬프트’ 텍스트를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 넣는 방식입니다.

이것은 마치 MS-DOS 시절, 컴퓨터 잡지에 실린 긴 명령어를 따라 치던 모습과 같습니다. 누군가 AI로 만든 멋진 이미지를 봐도, 그 프롬프트를 찾고, 올바른 앱을 찾아 실행하는 과정이 너무 번거로워 중간에 포기하게 됩니다.

이 불편함의 해결책이 바로 ‘미니 앱’입니다. 복잡한 프롬프트 텍스트 대신, 그 기능이 담긴 앱 자체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 헬스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운동 루틴을 긴 글로 설명하는 대신, 자신의 운동 프로토콜이 담긴 ‘미니 앱’을 배포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는 더 이상 딱딱한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가 되고 커뮤니티를 만드는 시작점이 됩니다.

 

영화 ‘Her’의 함정, 목소리가 정답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영화 ‘(Her)’를 떠올리며, AI의 궁극적인 인터페이스는 ‘목소리’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위험한 ‘생각의 함정’일 수 있습니다.

목소리 인터페이스는 생각보다 결함이 많습니다. 사무실에서 쓸 수 없고, 옆에 누군가 자고 있을 때도 쓸 수 없습니다. 프라이버시에 취약하고, 새로운 기능을 발견하기에도 불리합니다.

아마존의 알렉사조차 요즘엔 대부분 스크린을 탑재해서 나옵니다. 우리는 요리 타이머를 맞출 때조차, 남은 시간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진짜 미래는 단순히 음성으로 명령하는 기기가 아닙니다. AI가 중심이 되는 완전히 새로운 ‘AI 퍼스트 스마트폰’입니다. 대부분의 AI 모델이 기기 안에서 로컬로 작동하고, OS 자체가 나에게 맞춰 유연하게 변하는 그런 기기 말입니다.

AI는 더 이상 내 스마트폰 안의 수많은 ‘앱 중 하나’가 아닙니다. AI가 곧 스마트폰 그 자체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소비자’와 ‘창작자’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유튜브가 영상의 경계를 허물었고, 캔바가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이제 소프트웨어의 차례입니다.

이 모든 변화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공감’입니다. AI를 만드는 천재적인 개발자들에게는 종종 이 공감 능력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에 집중하지만, 정작 사용자가 무엇을 불편해하는지는 놓치기 쉽습니다.

우리의 어머니가 AI를 쓰기 위해 복잡한 ‘프롬프트’를 외워야 한다면, 그건 기술이 사람에게 적응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기술에 굴복한 것입니다.

우리가 쓰는 도구가 우리를 규정합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도구를 직접 규정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그것이 ‘개인 소프트웨어’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진짜 미래입니다.

 

출처: a16z 유튜브

 

코멘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