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미국에서 첫 집을 구매하는 사람의 중위 연령은 30세였습니다. 지금은 38세로 훌쩍 뛰었습니다.
단순히 ‘요즘 젊은 세대가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구조적인 문제가 숨어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자산 가격 인플레이션’입니다. S&P 500 지수는 연평균 10%씩 복리로 성장하는데, 현금으로 받는 내 월급은 매년 3% 오를까 말까 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자산을 가진 사람을 따라잡기 점점 어려워집니다.
이 거대한 ‘내 집 마련’의 문제는 사회 현상을 넘어, 이제 핀테크 산업의 ‘최후의 전쟁터’가 되었습니다.
‘가진 자’와 ‘월급’의 격차
‘노인들이 돈을 다 가졌다’는 말은 단순한 불평이 아닙니다.
실제로 자산을 보유한 사람과 현금으로 급여를 받는 사람 사이의 격차는 재앙 수준입니다.
베이 에어리어의 집값은 지난 25년간 폭락했습니다. ‘애플 주식’으로 환산했을 때 말이죠.
애플에 다니며 주식을 보유한 사람에게 집값은 오히려 저렴해졌습니다.
반면 아무런 자산 없이 월급만 받는 사람에게 집값은 훨씬 더 비싸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자산 가격 인플레이션의 무서움입니다.
자산이 자산을 불리는 속도를, 노동으로 버는 현금이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집을 짓지 못하게 막는 사람들
두 번째 문제는 간단한 ‘수요와 공급’의 원칙입니다.
우리는 충분한 집을 짓고 있지 않습니다.
과거 2차 세계대전 직후, 참전용사들을 위해 ‘레빗타운(Levittown)’이라는 대규모 주택 단지가 생겨났습니다.
헨리 포드가 자동차 공장 시스템을 도입했듯, 주택 건설에 조립 라인을 도입해 빠르고 저렴하게 집을 공급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110일 만에 완공되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아파트 창문 하나를 바꾸는 데도 2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무엇이 이렇게 세상을 바꾸었을까요?
바로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 현상입니다.
1960년대에 3만 달러에 집을 산 은퇴한 교수는, 자신의 집값이 수백만 달러로 오르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자산 가치를 지키기 위해, 바로 옆에 새 집이 1000만 채 들어서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결국 이들은 새로운 건설을 막는 규제에 투표하고, 공급은 만성적으로 부족해집니다.
초콜릿 바는 쉬운데, 집은 왜 복잡할까?
높은 가격과 부족한 공급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집을 사는 ‘과정’ 자체가 거대한 장벽입니다.
우리는 식료품점에서 신용카드로 초콜릿 바를 쉽게 삽니다.
집을 사는 것도 본질적으로는 더 복잡할 뿐, 같은 금융 거래입니다.
하지만 주택 구매 과정은 여전히 복잡한 서류 작업, 자격 심사, 대출 승인 등 두려운 용어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복잡함과 두려움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계속 월세에 머무릅니다.
월세는 매달 불태워버리는 돈과 같습니다. 소유권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합니다.
기술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 수 있습니다.
AI가 이 모든 과정을 ‘초압축’하여,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자신의 자격 조건을 확인하고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모든 핀테크의 종착지, ‘주택’
주택 문제는 왜 핀테크의 핵심 문제가 되었을까요?
우리가 사용하는 결제, 송금, 투자, 개인 대출 등 모든 핀테크 서비스는 사실 ‘과정’일 뿐입니다.
대부분 소비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대 간 부의 이전’이며, 이는 ‘주택 소유’에서 나옵니다.
은행이 18살 대학생에게 왜 공짜 티셔츠를 주면서까지 75달러 한도의 신용카드를 만들어줄까요?
당장의 수익이 아니라, 그 학생이 15년 뒤 받게 될 ‘주택 담보 대출’이라는 거대한 생애 가치(LTV)를 보고 투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존 주택 시장은 이 LTV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습니다.
소비자는 집을 찾을 땐 질로우(Zillow)를, 대출을 받을 땐 로켓(Rocket)을, 대출금을 갚을 땐 또 다른 회사를 이용합니다.
고객이 하나의 깔때기에서 다음 깔때기로 날아가 버리며, 기업 입장에서는 막대한 고객 획득 비용(CAC)을 계속 지불해야 했습니다.
‘매일 쓰는 앱’이면서 ‘수익도 내는’ 회사
여기서 로켓 컴퍼니의 흥미로운 전략이 나옵니다.
실리콘밸리에는 ‘칫솔 테스트’라는 말이 있습니다. 매일 쓸 만큼 일상적인 제품인가를 묻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칫솔’처럼 매일 쓰는 앱을 만들지만, 수익을 내지 못해 고전합니다.
반대로 로켓 같은 모기지 회사는 1년에 한두 번 이용하지만, 한 번에 막대한 수익을 냅니다.
이들의 고민은 정반대입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서비스를 ‘칫솔’처럼 매일 쓰게 만들까?”
로켓은 ‘모기지 회사’에서 ‘홈 오너십 회사’로의 진화를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거대한 인수를 통해 이 문제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매일 5천만 명이 집을 검색하는 ‘레드핀(Redfin)’을 인수해 ‘깔때기의 맨 위’를 확보했습니다. 칫솔을 얻은 것입니다.
다음으로, 미국 모기지의 6분의 1을 관리하는 ‘미스터 쿠퍼(Mr. Cooper)’를 인수해 ‘평생 관계’를 맺는 서비스의 끝단을 확보했습니다.
이제 로켓은 집 검색, 부동산 중개, 대출, 그리고 상환에 이르는 모든 여정을 하나의 ‘슈퍼 깔때기’로 통합하고 있습니다.
고객을 ‘평생의 대출자’로 만들고, 이 과정에서 쌓인 막대한 데이터는 AI 모델을 고도화하는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경기를 타지 않는 비즈니스의 비밀
주택 시장은 금리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대표적인 ‘경기 순환’ 산업입니다.
하지만 로켓은 이 문제 역시 해결했습니다.
비밀은 서로 상쇄되는 ‘균형 잡힌’ 비즈니스 모델에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기존 대출을 관리하는 ‘서비스’ 포트폴리오의 가치가 올라가며 안정적인 반복 수익이 발생합니다.
반대로 금리가 내리면, 사람들이 더 싼 이자로 갈아타려는 ‘리파이낸스(대환)’ 수요가 폭발하며 ‘신규 대출’ 사업이 막대한 수익을 냅니다.
수학의 ‘푸리에 변환’처럼, 복잡하고 불규칙해 보이는 곡선도 여러 개의 단순한 사인 곡선의 합으로 분해할 수 있습니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인 곡선(사업)들을 더하면, 결국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우상향하는 하나의 직선을 만들 수 있습니다.
왜 진작 아무도 이 문제를 풀지 못했나?
그렇다면 왜 질로우 같은 거대 플랫폼은 이 문제를 먼저 풀지 못했을까요?
첫째, 질로우는 ‘구매’ 목적이 아닌 ‘엔터테인먼트’ 목적의 트래픽이 너무 많습니다.
사람들은 살 수 없는 집을 보며 ‘넷플릭스 앤 칠’처럼 시간을 보냅니다. 실제 구매까지는 수년의 지연 시간이 존재합니다.
둘째, 주택 산업은 ‘용기 있는 자’만이 뛰어들 수 있는 영역입니다.
차고에서 시작하는 스타트업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주마다 다른 규제, 파편화된 시장,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이 ‘활성화 에너지’를 넘어서는 데만 40년이 걸렸습니다.
집은 ‘소유’와 ‘임대’만 있지 않다
내 집 마련의 문제는 자산 격차, 공급 부족, 복잡한 프로세스가 얽힌 거대한 난제입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물리적 세계(Atoms)’의 혁신과 ‘디지털 세계(Bits)’의 혁신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3D 프린팅과 모듈러 주택 같은 건설 기술이 집값을 낮추고, AI가 금융 프로세스를 압축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소유’와 ‘임대’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서야 합니다.
‘렌트 투 온(Rent-to-Own)’처럼 월세가 소유권으로 전환되거나, 집의 10%만 팔아 현금을 마련하는 ‘부분 소유’ 모델이 필요합니다.
“아무도 렌터카는 세차하지 않는다”는 격언처럼, 사람들에게 ‘주인 의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금융 모델이 기술과 만나고 있습니다.
출처: a16z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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