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어떻게 암호화폐를 장악하고 ‘패밀리 비즈니스’로 만들었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암호화폐에 대한 입장을 180도 선회하며 미국 금융계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과거 비트코인에 회의적이었던 그는 이제 열렬한 지지자로 변모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정치적 스탠스를 넘어, 그의 가족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암호화폐 사업 제국을 건설하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이 글은 트럼프 가문이 암호화폐 산업을 어떻게 장악했으며, 그 사업 모델과 구조가 무엇인지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정치적 격변: 비트코인 회의론자에서 지지자로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당시 암호화폐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하지만 재선 캠페인을 준비하면서 그는 전략적인 변화를 택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와 SEC(증권거래위원회)의 규제 집행에 불만을 품은 암호화폐 업계의 막대한 자금력과 표심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는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원하는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암호화폐 로비 단체들은 트럼프 당선을 위해 천억 원에서 이천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배경을 바탕으로 트럼프는 규제 환경을 친(親)암호화폐적으로 바꾸는 동시에, 자신의 이름으로 된 새로운 사업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트럼프 상표’의 확장: 새로운 사업 모델

트럼프 가문의 암호화폐 사업은 본질적으로 트럼프의 전통적인 사업 방식과 동일합니다. 즉, 자신의 강력한 브랜드를 라이선스 형태로 빌려주고 그 대가를 받는 방식입니다. 트럼프의 두 아들인 에릭 트럼프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이 사업을 주도하며 전방위적으로 관여하고 있습니다.

현재 트럼프 암호화폐 제국은 크게 네 개의 독립적인 사업 축으로 나뉘어 운영됩니다. 이 네 개 팀은 서로 협력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경쟁하며 독자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트럼프 암호화폐 비즈니스의 핵심입니다.

 

트럼프 암호화폐 제국의 네 가지 핵심 축

NFT 및 밈코인 벤처

트럼프의 첫 암호화폐 프로젝트는 2022년 12월에 시작된 NFT(대체 불가능 토큰) 컬렉션이었습니다. 이 컬렉션은 트럼프를 슈퍼히어로, 카우보이 등으로 묘사한 디지털 트레이딩 카드 형태였습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밈코인과 멜라니아 밈코인도 출시되었는데, 멜라니아의 코인은 현재 거의 사장된 상태입니다. 밈코인의 상위 보유자들은 트럼프 골프 클럽 만찬에 초대되는 등 실제적인 혜택을 제공받기도 했습니다.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 WLF)

WLF는 트럼프 가문의 가장 야심찬 암호화폐 사업으로 꼽힙니다. 이 회사는 원래 대출 및 차입을 위한 탈중앙화 금융(DeFi) 앱을 목표로 했으나 아직 앱은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WLF는 세 가지 주요 상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1. WLFI 토큰: 프로토콜 운영에 대한 투표권을 부여하는 유틸리티 토큰입니다.
  2. USD1 스테이블코인: 미국 달러에 가치가 고정된 암호화폐로, 20억 달러 이상의 시가총액을 형성했습니다. 이 코인은 바이낸스 및 아부다비 엔티티와의 거래를 통해 대규모로 발행되었으며, 여기서 발생하는 이자는 WLF와 트럼프 가문에 돌아갑니다.
  3. 상장 주식: 바이오테크 회사인 알트 5 시그마(Alt 5 Sigma)를 인수한 후, 이 회사를 WLFI 토큰을 축적하는 공적 지주회사로 활용하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트럼프 미디어 & 테크놀로지 그룹 (TMTG)

트럼프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을 운영하는 TMTG 역시 암호화폐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비트코인을 축적하고 ETF(상장지수펀드)를 출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크립토닷컴(Crypto.com)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자체 플랫폼에 해당 거래소의 토큰을 통합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아메리칸 비트코인 (채굴 벤처)

아메리칸 비트코인은 비트코인 채굴 사업으로, 주로 에릭 트럼프가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기존 채굴 회사인 헛 8(Hut 8)과의 계약을 통해 운영 부문을 분리한 후, 상장된 소규모 회사와 역합병을 진행하여 트럼프 브랜드를 입혔습니다. 이는 이미 운영 중인 사업에 트럼프의 명성을 더하는 방식으로 채굴업에 진출한 사례입니다.

 

사업을 둘러싼 논란과 미래 전망

이러한 트럼프 암호화폐 제국은 정치적 윤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비평가들은 익명성이 높은 암호화폐를 통해 외국 정부나 이해관계자가 트럼프에게 쉽게 자금을 전달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는 대통령의 공직을 이용해 개인의 부를 축적하는 전례 없는 행위라는 비판을 받습니다.

또한, 트럼프 암호화폐 제국 내부에서도 권력 다툼이 존재합니다. 실제로 에릭 트럼프와 돈 주니어 측은 빌 장커가 추진하던 별도의 암호화폐 지갑 출시를 저지하며 영역 싸움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들 사업의 현재 가치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지만, 이는 대부분 트럼프라는 브랜드 가치에 기반한 것입니다. 실제 수익 창출 능력보다는 유명세로 인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일종의 ‘바람’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의 암호화폐 지지 행보가 미국의 디지털 자산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새로운 입법을 이끌어낸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유산입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암호화폐 시장 진출은 그의 이름이 가진 막대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입니다. 그의 가족 구성원들은 트럼프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등에 업고 네 개의 사업 축을 통해 빠르게 암호화폐 제국을 확장했습니다. 이 현상은 단순히 금융 혁신으로 보기보다는, 강력한 정치적 브랜딩과 자본이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패밀리 비즈니스로 평가됩니다. 다만, 트럼프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닌 시점에도 이러한 프로젝트들이 현재의 가치와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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