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스타트업의 이야기는 언제나 빛이 납니다. 하지만 통계에 따르면 95%의 스타트업은 실패합니다. 우리는 대부분 그 5%의 영웅담만을 듣고 자라죠. 이 이야기는 그 95%에 속했던, 저의 이야기입니다.
250만 달러(약 30억 원)를 투자받고, 최고의 팀원들과, 시장이 원하는 분명한 제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1년 뒤, 저희는 기술을 헐값에 넘기고 사업 방향을 틀어야 했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는데,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던 걸까요?
‘완벽한 공동창업자’라는 함정
그래서 수개월을 들여 전 직장 동료를 설득했습니다. 그는 대기업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던 유능한 사람이었죠. 하지만 이것이 제 가장 큰 실수였습니다.
저는 그를 ‘창업가’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안정된 시스템에서 빛나는 사람이었지, ‘0에서 1’을 만드는 유형의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스타트업은 큰 회사의 축소판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저희는 1년 만에 헤어졌습니다. 그를 설득하는 데 수개월, 헤어지는 데 또 수개월을 썼습니다. 차라리 그 지분을 훌륭한 ‘창업 멤버’들에게 나눠주고 혼자 더 빨리 달렸어야 했습니다.
30억 투자와 ‘투 피자 팀’의 시작
공동창업자 문제와 별개로, 초기 투자 유치는 순조로웠습니다. 250만 달러를 확보했죠. 이전 직장에서의 성공 경험과 ‘오래된 데이터베이스 현대화’라는 저희의 명확한 비전이 시장에 통했습니다.
저희는 6명의 ‘투 피자 팀'(피자 두 판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규모)을 꾸렸습니다. 제품 시장 적합성(PMF)을 찾기 전 단계에 딱 맞는 크기였죠.
저희의 MVP(최소 기능 제품)는 명확했습니다. 수많은 기업이 ‘ElasticSearch’라는 데이터 창고를 쓰고 있었는데, 이걸 더 빠르고 저렴한 ‘ClickHouse’로 옮기고 싶어 했습니다.
문제는 두 창고가 데이터를 꺼내는 방식(언어)이 완전히 달랐다는 겁니다. 저희 제품 ‘Quesma’는 이 둘 사이에서 실시간으로 언어를 번역해주는 ‘스마트 게이트웨이’였습니다. 기업은 복잡한 마이그레이션 없이 저희 솔루션만 설치하면 됐죠.
“좋은데요?”… 말뿐인 검증의 늪
저희는 수십 개의 잠재 고객사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모두가 저희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제품이 없다는 이유로, 그들의 관심을 실제 ‘행동’이나 ‘약속’으로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일단 스크립트라도 한번 실행해보시겠어요?” 같은 작은 행동조차 요구하지 못했죠.
MVP 개발은 예상보다 길어졌습니다. 5개월이면 될 거라 생각했지만 9개월이 걸렸습니다. 데이터베이스 프록시 기술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습니다.
그사이 시장은 변하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공략하려던 ‘얼리 어답터’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마이그레이션을 끝낸 뒤였습니다. 저희에게 남은 고객은 변화가 느린 ‘후기 다수자’들뿐이었습니다.
끝나지 않는 파일럿, 그리고 결별
2024년 여름, 드디어 제품 초기 버전을 배포했습니다. 포춘 500대 기업을 포함한 여러 유명 기업이 파일럿 테스트에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사용률은 처참했습니다. ‘관심 있다’고 말한 사람 수에 비해, 실제 제품을 설치해 본 사람의 수는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희망적인 신호는 많았지만, 영원히 파일럿 테스트만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공동창업자와의 갈등은 깊어졌습니다. 저는 더 적극적인 아웃바운드 영업을 원했고, 그는 컨퍼런스 부스에 집중하길 원했습니다.
저희는 갈등을 피했습니다. 불편한 대화를 미루기만 했죠. 결국 2025년 1월, 새해 첫 업무일에 저희는 완전한 결별을 선언했습니다.
우리는 ‘제품’이었을까, ‘기능’이었을까?
공동창업자가 떠났지만, 다행히 팀은 흩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계약이 눈앞에서 무산되었습니다. 수십억 원의 매출이 걸린 계약이었습니다.
저는 절박하게 더 많은 리드를 만들었지만, 패턴은 동일했습니다. 실패한 계약들을 분석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저희 제품은 고객사들의 ‘Top 5’ 우선순위가 아니었습니다.
저희는 기껏해야 12번째 우선순위였습니다. 분기마다 2~3개의 가장 중요한 일만 처리하는 회사들에게 12번째는 영원히 오지 않는 순서였습니다. 저희 제품에는 ‘긴급성’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AI 코딩 어시스턴트가 발전하면서, 저희가 해결하려던 ‘복잡한 마이그레이션’ 작업 자체가 점점 더 저렴하고 빨라지고 있었습니다. 저희의 핵심 가정이 무너지고 있었죠.
실패, 그리고 다음 미션을 향하여
저는 이사회를 설득해 사업 방향 전환(피봇)을 결정했습니다. 다행히 저희 기술은 특정 데이터베이스 회사(저희의 가장 큰 고객이기도 한 Hydrolix)에게 매우 유용했습니다.
저희는 저희의 모든 기술(IP)을 그 회사에 매각했습니다. 덕분에 추가 자금 조달 없이 다음 도전을 위한 활주로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팀원들에게도 실제 가치를 만드는 제품을 전달했다는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성공 스토리로 포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에게 이것은 온전한 배움의 경험입니다. 무엇이 옳았고 무엇이 틀렸는지 알게 되었으니까요.
저와 제 팀은 이제 다음 미션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겪는 문제 해결 과정을 저는 여전히 사랑합니다. 저희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출처: Quesma